작은 회사 사장님이 웹사이트를 처음 맡길 때 가장 자주 받는 서류는 견적서 한 장입니다. 페이지 수, 금액, 납기일, 그리고 "기타 협의" 한 줄. 처음에는 깔끔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생기는 자리가 정확히 거기입니다. 1년 뒤 디자인을 바꿔야 할 때, 담당자가 퇴사할 때, 외주사와 연락이 끊길 때 — 그제서야 "이걸 계약서에 적어둘 걸" 하고 후회하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견적서가 아니라 계약서, 그것도 사장님 입장에서 위험을 잠가두는 계약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1. 산출물의 정의 — 무엇을 받는지부터 적는다
가장 자주 누락되는 항목이 바로 "결과물의 범위"입니다. 사이트 화면만 받으면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 원본 파일(Figma, PSD), HTML/CSS/JS 소스코드, 서버에 올라간 빌드 파일,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관리자 계정과 비밀번호 —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다음 회사로 옮길 때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계약서에는 "최종 산출물에는 디자인 원본 파일, 전체 소스코드, 데이터베이스 백업, 관리자 계정 정보가 포함된다"는 문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2. 도메인과 호스팅의 소유 명의
외주사가 편의를 위해 자기 명의로 도메인을 사고 호스팅을 결제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이트가 잘 돌아갈 때는 아무 문제 없지만, 회사를 바꿀 때 외주사가 "도메인 이전 비용"을 따로 요구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 도메인은 사실상 인질이 됩니다.
계약 단계에서 "도메인과 호스팅, SSL 인증서는 클라이언트 명의로 가입하고, 결제 카드도 클라이언트가 직접 등록한다"고 못 박아 두세요. 외주사는 운영 권한만 위임받는 구조가 안전합니다.
3. 수정 횟수와 추가 비용 기준
"수정은 무제한입니다"라는 말은 영업 단계의 인사말일 뿐, 실제 작업이 시작되면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반대로 "수정 2회 포함"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어디까지가 1회 수정인지를 두고 또 다툼이 생깁니다.
계약서에는 세 가지를 분리해서 적어야 합니다. 첫째, 디자인 단계에서의 수정 횟수와 1회 수정의 정의(예: 시안 변경, 색상 톤 조정 등). 둘째, 개발 단계에서 기능을 추가할 때 들어가는 추가 비용 산정 기준(시간당 단가 또는 페이지당 단가). 셋째, 오픈 후 일정 기간 안의 사소한 수정은 무상 처리하는 범위.
4. 운영·유지보수 범위와 응답 시간
사이트는 오픈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한 달 뒤 결제 모듈에 문제가 생기면 외주사는 며칠 안에 대응해야 할까요. 새벽에 사이트가 멈추면 누가 전화를 받을까요.
계약서에는 운영 기간의 업무 시간, 응답 시간(SLA), 긴급 장애 대응 비용을 명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메일·전화 응대, 일반 문의는 1영업일 이내 회신, 사이트 다운 등 긴급 장애는 2시간 이내 1차 진단"처럼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가야 분쟁이 줄어듭니다.
5. 일정 지연에 대한 책임
계약서의 일정란을 "4주"라고만 써 두면, 한 달이 두 달이 되어도 외주사를 압박할 근거가 없습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오픈 일정에 맞춰 광고비, 인쇄물, 행사를 잡아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연은 직접적인 손해로 이어집니다.
현실적인 방어 장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중간 마일스톤 일정(기획 확정일, 디자인 시안 확정일, 개발 1차 완료일, 최종 오픈일)을 따로 적어두고 단계마다 결제를 분할합니다. 둘째, 귀책 사유가 외주사에 있을 때의 지연 보상 규정(예: 1주 지연 시 잔금의 일정 비율 감액)을 넣습니다. 반대로 클라이언트가 자료 제공을 늦췄을 때 일정이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도 함께 들어가야 공정합니다.
6. 저작권과 외부 라이브러리 라이선스
완성된 사이트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일까요. 계약서에 별도 조항이 없으면 산출물에 대한 권리는 제작자에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트 운영 권한과 별도로, 최종 결제가 완료된 시점에 저작권이 클라이언트에게 양도된다는 문구가 들어가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항목이 외부 자산의 라이선스입니다. 폰트, 아이콘, 사진, 동영상, 유료 플러그인 — 이 중 상업적 사용이 허용되지 않은 것을 사용한다면 추후 라이선스 분쟁의 책임 소재가 됩니다. "모든 외부 자산은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 라이선스만 사용하며, 라이선스 목록을 산출물에 포함한다"고 적어두면 1년 뒤가 편합니다.
7. 인수인계 절차와 비밀유지
마지막 조항이 사실상 가장 중요합니다. 계약이 종료될 때 — 정상적인 종료든, 도중에 계약이 깨지든 — 어떤 자료를 어떤 형태로 넘겨받을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인수인계가 사장님의 다음 한 달을 통째로 잡아먹습니다.
인수인계 항목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적어두세요.
- 서버·도메인·호스팅 관리자 계정과 비밀번호 일체
- 전체 소스코드를 묶은 압축 파일 또는 Git 저장소 접근 권한
- 데이터베이스 최신 백업 파일
- 디자인 원본 파일과 사용된 폰트·이미지 라이선스 증빙
- 운영 매뉴얼(관리자 페이지 사용법, 게시판 운영 방법, 결제·정산 흐름)
여기에 비밀유지 조항(계약 기간 중 알게 된 고객 데이터, 매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과 개인정보 처리 조항(접속한 데이터베이스를 외부에 백업하거나 유출하지 않는다)을 함께 묶어 두면, 사장님이 외주사를 바꿔도 데이터와 권리는 그대로 회사에 남습니다.
마무리 — 계약서는 신뢰가 아니라 운영의 도구다
계약서를 꼼꼼히 쓰는 일이 처음 만나는 외주사를 의심하는 행동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외주 파트너일수록 이런 항목들을 먼저 제안하고 문서로 남깁니다. 분쟁이 생긴 뒤에 계약서를 펴는 게 아니라,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시작할 때 한 번 정리해 두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CYAN 에이전시는 작은 회사와 일할 때 견적서가 아니라 계약서부터 보냅니다. 도메인 명의, 산출물 범위, 인수인계 절차까지 1장으로 정리된 표준 계약서를 제공하고, 사장님과 함께 한 줄씩 조정합니다. 사이트 한 페이지를 잘 만드는 일만큼이나, 그 사이트를 1년 뒤에도 사장님이 온전히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우리 일의 절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