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를 하나 만들기로 마음먹고 세 군데에 견적을 넣었더니, 어디는 80만 원, 어디는 250만 원, 어디는 600만 원이 돌아옵니다. 똑같이 '회사 소개 홈페이지'라고 적어 보냈는데 가격이 이렇게 벌어지면, 싼 곳이 부실한 건지 비싼 곳이 바가지인지 판단할 기준이 없어 결국 '느낌'으로 고르게 됩니다. 견적서는 가격표가 아니라 그 회사가 무엇을 만들어 줄지 적어 둔 설계도입니다. 숫자보다 항목을 읽으면 세 배의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보입니다.
1. 페이지 '개수'가 아니라 '무엇을 만드는가'를 본다
견적이 싼 곳은 대개 '5페이지'처럼 장수로 가격을 매깁니다. 하지만 같은 한 페이지라도 글과 사진만 얹은 정적 페이지와, 예약·결제·회원·게시판처럼 작동하는 기능 페이지는 들어가는 품이 열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 정적 페이지: 회사 소개, 오시는 길처럼 내용을 보여 주기만 하는 화면
- 기능 페이지: 문의 폼 전송, 예약, 결제, 로그인처럼 무언가 동작하는 화면
견적서에 페이지 목록과 함께 '어떤 기능이 들어가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면, 싼 게 아니라 빠진 것일 수 있습니다.
2. '디자인'이 맞춤인지 템플릿인지 확인한다
디자인 한 줄에 가격 차이의 절반이 숨어 있습니다. 기성 템플릿에 우리 로고와 사진만 갈아 끼우는 방식은 빠르고 저렴하지만, 옆 가게와 화면이 닮습니다. 반대로 우리 업종과 고객에 맞춰 처음부터 그리는 맞춤 디자인은 비싸지만 브랜드가 됩니다. 어느 쪽이 틀린 건 아닙니다. 문제는 견적서가 그걸 구분해 주지 않을 때입니다.
견적을 받을 때 "이 디자인은 템플릿 기반인가요, 맞춤 제작인가요" 한 줄만 물어도 가격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3. 견적에서 '빠진 항목'을 먼저 찾는다
싼 견적의 비밀은 대개 본문이 아니라 빠진 줄에 있습니다. 아래 항목이 견적에 포함됐는지, 아니면 '추가 비용'으로 나중에 청구되는지 확인하세요.
- 모바일 대응: 휴대폰 화면에서 깨지지 않게 만드는 작업
- 검색 노출 기본 세팅: 네이버·구글에 등록되도록 하는 최소한의 설정
- 문의 폼·스팸 방어: 실제 고객 문의가 사장님께 도착하는 경로
- 수정 횟수: 시안을 몇 번까지 고쳐 주는지, 그 다음부턴 얼마인지
이 네 가지가 빠진 80만 원 견적은, 결국 250만 원짜리와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4. '한 번 내는 돈'과 '매달 내는 돈'을 갈라서 본다
제작비는 한 번이지만, 사이트는 매달 돈을 먹습니다. 견적서에 제작비만 큼직하게 적혀 있고 유지 비용이 안 보인다면, 그건 싸서가 아니라 나중에 청구되기 때문입니다.
- 한 번 내는 돈: 제작비, 초기 세팅비
- 매달·매년 내는 돈: 도메인, 호스팅(서버), 유지보수·수정 대응, SSL 인증서
매달 나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1년이면 총 얼마인지 합산해 비교해야 진짜 가격이 보입니다. 월 유지비가 공짜처럼 적힌 곳은 사실 제작비에 미리 얹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5. 끝나고 '무엇을 손에 쥐는가'를 명시한다
제작이 끝났을 때 사장님 이름으로 남는 게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한데도, 견적서에 잘 안 적힙니다. 도메인 소유권, 서버 접속 정보, 소스 코드, 관리자 계정이 모두 사장님 것이어야 나중에 다른 곳과 일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제작사 손에만 남으면, 사이트는 만들었지만 인질이 된 셈입니다.
견적 단계에서 "끝나면 도메인·서버·소스·관리자 계정을 제 명의로 넘겨받나요"를 못 박아 두세요. 답을 흐리는 곳은 가격과 상관없이 거르는 게 안전합니다.
결국 견적서는 신뢰를 읽는 일입니다
세 배의 가격 차이는 대개 욕심이 아니라 '무엇을 포함했는가'의 차이입니다. 페이지의 성격, 디자인 방식, 빠진 항목, 매달 드는 돈, 끝나고 받는 자산 — 이 다섯 가지를 같은 기준으로 맞춰 놓고 보면, 싼 견적이 정말 싼 건지 비싼 견적이 제값인지가 또렷해집니다.
CYAN은 견적서를 보낼 때 이 다섯 가지를 처음부터 풀어서 적습니다. 작은 회사 사장님이 숫자 하나에 휘둘리지 않고, 무엇을 만들고 끝나면 무엇을 손에 쥐는지 알고 결정하시도록 돕는 것이 제대로 된 웹 파트너의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