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의 첫 화면은 보통 정성껏 만든다. 메인 비주얼, 카피, 대표 이미지까지 며칠을 들여 다듬는다. 그런데 가장 아래, 화면 끝의 푸터(Footer)는 어떨까. 카피라이트 한 줄과 작은 글씨로 박힌 회사명 정도가 전부인 사이트가 의외로 많다.
푸터가 짧다고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구매 직전, 문의 직전, 환불을 알아보고 싶을 때 사용자가 가장 먼저 내려가는 곳이 푸터다. 사업자 정보가 안 보이거나, 약관 페이지로 가는 길이 막혀 있거나, SNS 아이콘을 눌렀더니 빈 페이지가 뜨면 그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푸터는 사이트의 마지막 줄이지만, 신뢰의 마지막 검문소이기도 하다.
작은 회사의 푸터를 짤 때 반드시 챙겨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을 정리했다.
1. 사업자 정보는 카피라이트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 사업자에게 상호, 대표자명,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을 사이트에서 식별 가능한 위치에 표시하도록 요구한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이를 푸터에 모은다.
문제는 이 정보를 카피라이트 옆에 한 줄로 줄여 적는 사이트가 많다는 점이다. 폰트 크기 11px에 회색조로 깔리면 사용자는 못 읽고, 검수받을 때도 쉽게 누락된다. 사업자 정보는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해 라벨과 값을 명확히 구분하고, 카피라이트보다 위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
- 상호, 대표자, 사업자등록번호: 한 묶음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사업장 주소: 한 묶음
- 고객센터 전화, 이메일, 운영시간: 한 묶음
최소 14px, 본문 텍스트와 같은 가독성으로. 푸터라고 일부러 작게 만들 이유가 없다.
2. 법적 페이지로 가는 입구는 푸터에 모인다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환불·교환 정책은 사이트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적 페이지다. 메인 메뉴에 넣기에는 무겁고, 그렇다고 숨겨두면 안 된다. 이 세 페이지의 입구가 모이는 자리가 푸터다.
여기서 흔한 실수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방침을 같은 페이지에 묶어 놓는 것이다. 두 문서는 성격과 갱신 주기가 다르고, 개인정보처리방침은 강조 표시도 별도로 요구된다. 다른 하나는 푸터의 링크들을 모두 같은 굵기로 두는 것이다. 개인정보처리방침만 굵게 표시하는 것이 법적 권고사항이다. 디자인적으로도 그렇게 처리하면 사용자에게 한 번 더 신호를 줄 수 있다.
3. 사이트맵을 푸터에서 한 번 더 펼친다
상단 네비게이션이 단정해 보이려면 메뉴가 적어야 한다. 하지만 사이트의 모든 페이지가 거기에 다 들어가지는 않는다. 회사 소개의 하위 페이지, 서비스 상세, FAQ, 자주 묻는 질문, 채용, 보도자료 같은 페이지들은 상단에는 못 들어가고 푸터로 내려온다.
이때 푸터를 사이트맵처럼 펼쳐주면 두 가지 이득이 있다. 하나는 사용자가 한 화면에서 사이트의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검색 엔진의 크롤러가 모든 페이지를 같은 깊이로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푸터는 사이트의 두 번째 사이트맵이다.
다만 모든 페이지를 다 넣을 필요는 없다. 3~4개의 컬럼, 한 컬럼당 5~7개 링크 정도가 모바일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적정선이다.
4. SNS 아이콘은 살아 있는 채널만 남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카카오톡 채널까지 아이콘 다섯 개가 푸터에 줄지어 있는 사이트를 자주 본다. 그런데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인스타그램은 1년 전이 마지막 게시물, 페이스북은 페이지 자체가 사라져 있고, 블로그는 3개월간 새 글이 없다.
죽은 SNS 채널은 푸터에서 빼는 편이 낫다. 회사의 활동 상태에 대한 의심을 푸터에서 사용자에게 무료로 안겨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SNS 아이콘은 회사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지, 한때 만들어 두었던 채널들의 흔적을 모아두는 곳이 아니다.
운영하는 채널 두 개만 살리고, 나머지는 과감히 빼자. 클릭했을 때 새 창에서 열리도록 target="_blank" 와 rel="noopener" 를 함께 붙이는 것은 기본이다.
5. 마지막 줄, 카피라이트의 정직성
카피라이트의 연도가 작년에 멈춰 있는 사이트가 정말 많다. © 2023 Company. All rights reserved. 라고 적혀 있는 사이트를 2026년에 보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의심한다. "이 회사 사이트, 관리는 되고 있나?"
해결은 어렵지 않다. 카피라이트의 연도를 서버 측 코드로 자동 갱신하면 된다. PHP라면 <?= date('Y') ?>, 정적 사이트라면 빌드 시점에 주입하는 한 줄이면 끝난다. 푸터에 결제 인증 마크나 정보보호 인증 마크가 있다면, 그것도 만료되지 않았는지 분기에 한 번씩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만료된 마크는 없는 것보다 못하다.
푸터는 사이트의 마지막 인사다
첫 화면이 사이트의 첫인사라면, 푸터는 사이트의 마지막 인사다. 사용자는 떠나기 직전에 그 인사를 읽고, 그 인사가 정직하면 다시 돌아온다. 사업자 정보가 또렷하고, 법적 페이지가 살아 있고, 사이트맵이 정리되어 있고, SNS 채널이 활동 중이고, 카피라이트가 올해를 가리키고 있는 푸터는 그 자체로 회사가 깨어 있다는 신호다.
CYAN은 작은 회사들의 사이트를 만들면서, 푸터가 첫 화면만큼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매번 다시 확인하곤 한다. 푸터의 한 줄이 회사의 신뢰를 만들기도, 하루 만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사이트의 마지막 줄을 한 번 더 살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