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가 들어왔을 때, 공방 사장님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이랬다. "우리 가구는 못이 한 개도 안 들어갑니다. 그런데 화면에서는 그걸 어떻게 보여주죠?" 짜임결(結)은 3대째 이어온 소목(小木) 공방이다. 장롱, 사방탁자, 문갑 같은 전통 세간을 못 하나 없이 나무끼리 끼워 맞추는 짜맞춤으로만 만든다. 나무 한 그루가 수십 번의 짜맞춤을 견뎌 한 점의 세간이 되는 그 과정을, 우리는 화면 위에 다시 짜야 했다.
문제는 '신뢰'가 아니라 '결'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처음 받은 자료는 형광등 아래에서 찍은 가구 사진 수십 장이었다. 나무의 결도, 짜맞춤의 정교함도 전혀 살아 있지 않았다. 고가의 주문 제작 가구를 파는 공방인데, 사진만 보면 양산형 가구와 구별되지 않았다. 우리가 잡은 방향은 분명했다. 제품을 파는 사이트가 아니라, '왜 비싼가'를 납득시키는 사이트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화면 설계: 과정을 따라 내려가는 한 페이지
방문자가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나무 한 토막이 가구가 되기까지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구조를 짰다.
- 원목 고르기 — 몇 년을 말린 나무인지, 어느 부위를 쓰는지 설명하는 도입부
- 짜맞춤 — 못 없이 끼워지는 결합부를 클로즈업한 영상과 사진
- 마감 — 옻칠과 사포질을 거친 표면의 결을 확대해 보여주는 갤러리
제품 목록은 일부러 페이지 맨 아래로 내렸다. 과정을 다 본 사람만 가격을 만나도록 한 것이다.
사진을 다시 찍게 한 결정
가장 큰 비용은 개발이 아니라 촬영이었다. 우리는 사장님을 설득해 측면광으로 나뭇결이 살아나는 사진을 새로 찍었다. 웹사이트의 완성도는 코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길 소재에서 절반이 결정된다. 좋은 사진 한 장이 어떤 인터랙션보다 강하게 신뢰를 만든다는 것을, 이 프로젝트는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결과
오픈 두 달 뒤, 사장님에게 들은 변화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문의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 "싸게 안 되냐"는 전화가 줄고, 제작 기간과 목재 종류를 묻는 구체적인 상담이 늘었다. 다른 하나는 상담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 사이트에서 과정을 이미 본 고객은 가격을 듣고도 망설이지 않았다.
좋은 사이트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판다
짜임결의 가구가 비싼 이유는 그 안에 든 시간 때문이다. 우리가 한 일은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을 화면 위에서 다시 보이게 만든 것뿐이다. CYAN은 이렇게 업(業)의 본질을 먼저 들여다보고, 그 결을 화면의 구조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팔아야 할 것이 물건이 아니라 '왜 이 값인가'라는 이야기일 때, 우리는 그 이야기가 가장 잘 흐르도록 사이트를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