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마루를 건너오는 시간을 화면에 담다 — 여운당(餘韻堂) 한옥 스테이 브랜드 사이트 제작기

맡기 시작한 자리, 마루 한 칸 위의 적막

여운당은 충북의 작은 마을에 자리한 100년 가까운 한옥 스테이입니다. 첫 미팅에서 대표님이 꺼낸 한 줄은 분명했습니다. "OTA에서 들어오는 손님은 늘었는데, 객단가는 자꾸 떨어집니다." 사진은 충분히 좋았고, 후기도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사 사이트는 단순한 명함처럼 멈춰 있었고, 직접 예약은 전체의 12%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방향은 한 줄로 요약됐습니다.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서 끝내지 말고, 그 분위기가 예약 버튼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마루 한 칸의 결

가장 먼저 손댄 것은 비주얼 톤이었습니다. 기존 사이트는 채도 높은 풍경 사진 위주였지만, 실제 여운당의 매력은 정원의 압도적 풍광이 아니라 댓돌 위에 떨어지는 오후 햇살, 마루를 건너오는 달빛 같은 결에 있었습니다.

  • 시간대별 사진 컬렉션: 같은 공간을 새벽, 정오, 노을, 자정으로 나눠 촬영해 머무는 시간의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 여백을 살린 그리드: 사진을 빈틈없이 채우는 대신, 한지 결을 닮은 옅은 배경 위에 한 컷씩 호흡을 두고 배치했습니다.
  • 음성이 필요 없는 짧은 루프 영상: 마당에 떨어지는 빗방울, 풍경(風磬) 흔들리는 모습을 무음 영상으로 깔아, 페이지가 정적인데도 공기가 흐르는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분위기를 예약으로 잇는 정보 설계

한옥 스테이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정확히 무엇을 예약하는지"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방 이름이 한자거나, 인원 기준이 OTA마다 다르거나, 조식·온돌·욕실 구성이 사진만 봐서는 가늠이 잘 되지 않습니다.

여운당 사이트에서는 객실 카드 영역을 다음 세 가지로 다시 짰습니다.

  • 객실 카드의 첫 줄에 "어떤 분께 좋은지"를 적었습니다: "조용히 글을 쓰러 오신 분", "가족 셋이 천천히 마당을 걷고 싶은 분"처럼 페르소나를 한 문장으로 명시했습니다.
  • 가격 옆에 OTA 대비 절감액을 자동 표시했습니다: 직접 예약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 "오늘부터 묵는다면" 캘린더를 띄웠습니다: 빈 날짜를 흐릿하게 처리하는 대신, 다가오는 주말의 빈 객실을 카드 형식으로 먼저 노출했습니다.

모바일에서 닫히지 않는 갤러리

여운당 손님의 78%는 모바일로 사이트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갤러리는 PC 디자인을 단순히 줄이는 대신, 처음부터 엄지손가락 동선에 맞춰 다시 설계했습니다. 객실 페이지에서 사진을 옆으로 넘기면 자동으로 다음 객실까지 이어지도록 구성해, 손님이 둘러보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방까지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스크롤 끝에는 항상 "오늘 빈 객실 보기" 버튼이 따라다녔습니다. 분위기에 빠져 있다가 결심이 섰을 때, 다시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바로 예약 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작은 장치였습니다.

다국어와 단 한 줄의 문의

일본·대만 손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한국어·영어·일본어 3개 국어를 지원했습니다. 다만 자동 번역기 위젯은 쓰지 않았습니다. 한옥의 정서를 살리려면 단어 하나의 결까지 따져야 했고, 핵심 페이지 8개만 사람이 직접 옮겼습니다. 나머지는 굳이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사진 페이지를 그대로 보여줬는데, 오히려 그 편이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습니다.

문의 폼도 단순화했습니다. 기존에는 12개 필드였던 폼을 이름, 휴대폰, "원하시는 머물기"라는 자유 입력 한 줄로 줄였더니 문의 전환율이 약 2.3배가 됐습니다. 격식 있는 폼이 정중한 인상을 준다는 건 오해였습니다. 분위기 있는 사이트일수록 폼은 더 짧아도 괜찮았습니다.

런칭 두 달 후의 숫자

리뉴얼 두 달 후, 여운당의 자사 직접 예약 비중은 12%에서 41%로 올라섰습니다. 평균 객단가는 약 18% 상승했고, OTA 수수료를 줄인 만큼 객실 컨디션 관리와 조식 재료에 더 많은 예산을 쓸 수 있게 됐다는 피드백이 돌아왔습니다.

한옥 스테이는 결국 "머무는 시간"을 파는 비즈니스입니다. 사이트는 그 시간을 미리 한 컷씩 보여주는 일이고, 좋은 사이트는 그 컷이 예약 버튼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께

한옥 스테이, 작은 펜션, 부티크 호텔처럼 분위기로 승부하는 숙박 비즈니스라면 OTA 의존도와 객단가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점이 옵니다. 사진과 카피, 정보 설계, 예약 흐름이 한 가닥으로 이어진 자사 사이트가 그 답이 됩니다.

CYAN 에이전시는 작은 브랜드의 결을 그대로 화면 위로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부담 없이 한 번 이야기 나눠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