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년 말총을 엮어온 손, 그러나 검색창엔 한 줄도 없었다
처음 공방에 들어섰을 때, 장인은 햇빛 쪽으로 갓을 들어 보였습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말총을 한 올씩 골라 총모자를 짜고, 대오리를 실처럼 쪼개어 양태를 결은 갓은 빛이 그대로 비쳐 들 만큼 얇았습니다. 손이 천 번 가야 한 닢이 완성되는 일인데, 정작 이 손길을 알릴 자리가 없었습니다. 주문은 사극 의상팀과 오래된 단골에게만 기대고 있었고, 이름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홈페이지 부재'가 아니었습니다. 가격을 말하면 비싸다는 반응이 먼저 돌아왔고, 장인은 그 값이 왜 정당한지를 매번 입으로 설명해야 했습니다. 제작 과정의 깊이가 가격으로 설득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과제였습니다.
'그늘결'이라는 이름에 담은 것
브랜드명을 함께 정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잘 결은 갓은 빛을 막는 것이 아니라 빛을 거르고, 그렇게 한 점 맑은 그늘을 드리웁니다. 그래서 그늘결, 한자로는 갓 립(笠)을 써 笠結로 묶었습니다. 공방이 그동안 쌓아온 다른 전통공예 시리즈와 같은 '결'의 가족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로고는 갓의 둥근 양태와 곧은 총모자가 만나는 옆선을 한 획으로 단순화해, 명함과 포장지, 화면 어디에 놓아도 한 호흡으로 읽히도록 다듬었습니다.
빛이 비치는 갓처럼, 화면에도 빛과 여백을 들였다
디자인의 핵심은 '투명함'과 '결의 질감'이었습니다. 갓은 빛을 머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 감각을 웹으로 옮기기 위해 다음을 지켰습니다.
- 역광으로 촬영한 갓 사진을 도입부에 크게 두어, 말총 올 사이로 빛이 새어 드는 결을 첫인상으로 잡았습니다.
- 제품 사진은 넉넉한 흰 여백 위에 한 점씩 놓아, 상품이 아니라 작품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 모바일에서도 손끝이 빗나가지 않도록 버튼과 문의 영역을 넉넉히 키웠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곧 가격을 설득하는 일
가장 공들인 페이지는 '제작 과정'이었습니다. 말총을 고르고, 총모자를 짜고, 대오리를 쪼개 양태를 결고, 둘을 맞물려 모양을 잡고, 옻을 먹이고, 그늘에서 천천히 말려 마무리하기까지 여덟 단계를 사진과 짧은 글로 차례차례 풀었습니다. 고객이 이 페이지를 끝까지 내려보고 나면, 가격은 더 이상 '비싼 모자'가 아니라 '천 번의 손길에 매겨진 값'이 됩니다.
여기에 주문 제작 문의 폼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마음이 움직인 그 자리에서 바로 문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오픈 이후
사이트를 연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왜 이렇게 비싸냐"는 질문이 "이건 어떻게 만드냐"는 질문으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설득에 쓰던 에너지가 줄고, 의상팀이 아닌 일반 고객의 맞춤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장인은 이제 갓 사진 한 장과 함께 사이트 링크를 건넵니다.
오래된 손기술일수록, 그 깊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화면 하나가 필요합니다. CYAN은 이렇게 업의 본질을 화면 위에 펼치는 일을 합니다. 잘 만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알릴 자리가 없다면, 그 한 자리를 함께 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