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매듭은 자르지 않는다. 한 가닥의 실이 백 번 굽이쳐 도라지 매듭이 되고, 국화 매듭이 되고, 동심결이 된다. 끊김 없이 이어진다는 것 — 그것이 매듭이 오래도록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쓰여 온 이유다.
매듭잇(結絲) 공방의 김 작가님이 우리에게 처음 메일을 보내신 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30년 가까이 한국 매듭을 잇대 오신 분이었다. 인스타그램 사진 몇 장과 오래된 블로그 한 페이지로는 그 결을 다 보여주기 어렵다며, 제대로 된 공방 사이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의뢰의 시작 — 보여주기보다 잇고 싶다
첫 미팅에서 작가님이 가장 자주 쓰신 단어는 '잇는다'였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실,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기법, 일상의 매듭에서 혼례의 매듭으로 이어지는 쓰임. 작가님은 "사이트가 그저 작품 카탈로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 말을 사이트 전체 콘셉트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기획 — 끊기지 않는 사이트의 결
매듭은 자르지 않는 공예다. 그렇다면 사이트도 끊기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페이지를 잘게 쪼개기보다, 스크롤이 흐르듯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했다. 메인 화면의 매듭 소개에서 작가 소개, 작품 갤러리, 클래스 안내까지 한 호흡으로 내려간다. 페이지 사이의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메뉴는 상단에 고정하되, 스크롤 위치에 따라 색이 옅어졌다 짙어지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들었다.
1. 작품 분류는 매듭의 모양으로
처음 작가님이 보내주신 작품 분류는 '노리개', '유리액자', '벽장식' 같은 쓰임 위주였다. 그러나 매듭잇의 매력은 결국 매듭 자체의 모양과 결에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작가님과 함께 분류를 다시 짰다. 도라지결, 국화결, 동심결, 가락지결 같은 매듭의 모양별로 작품을 묶고, 그 안에서 쓰임을 보조 분류로 두는 방식이었다. 같은 동심결이라도 노리개로 풀어질 때와 액자에 담길 때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한눈에 비교되었다.
2. 사진은 깊이를 보여줘야 한다
매듭은 평면이 아니다. 실의 굵기와 색의 미세한 그라데이션, 매듭 안쪽에 잡히는 그림자까지가 작품이다. 사진을 정사각형 썸네일로 자르지 않고, 매듭이 가진 비례를 그대로 살린 세로형·가로형 혼합 갤러리를 설계했다. 클릭 시 확대되는 라이트박스는 매듭 결의 디테일이 또렷이 보일 만큼 충분히 큰 사이즈로 띄웠다.
디자인 — 무명(無名)의 흰 바탕
매듭이 가장 잘 보이는 배경은 잘 다듬어진 흰 천이다. 사이트 전체를 본문 무명색, 포인트는 묵향(墨香) 계열의 짙은 회색, 그리고 매듭에 자주 쓰이는 단청 다홍색을 작은 액센트로 잡았다. 본문 글자체는 본명조와 산돌 명조 계열을 혼용했고, 한자 結絲는 약간 무게감 있는 명조로 처리해 브랜드의 결을 강조했다.
가장 오래 고민한 곳은 메인 비주얼이었다. 처음에는 완성된 매듭을 풀화면 정물 사진으로 띄우려 했으나, 작가님께서 "매듭은 결국 손에서 시작된다"고 말씀하셨다. 메인은 손이 매듭을 짓는 짧은 영상으로 바꿨다. 자동 재생되되 음소거 상태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빼앗지 않도록 톤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개발 — 갤러리가 무거우면 사이트의 결이 끊긴다
작품 사진이 200장 가까이 들어가는 사이트였다. 화질을 양보할 수 없으니 용량을 양보할 차례였다. 모든 사진은 WebP와 AVIF로 변환했고, 뷰포트에 들어올 때만 로드되는 지연 로딩을 적용했다. 또한 사진은 오브젝트 스토리지에 분리해 두어, 호스팅 서버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했다.
문의 흐름은 클래스 신청과 주문 제작 문의 두 가지로 나누었다. 카카오톡 채널을 연동해, 사이트의 폼을 끝까지 작성하지 않더라도 한 번의 클릭으로 작가님과 바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작은 공방의 특성상 카카오톡 문의가 메일보다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었고, 오픈 후 첫 달 만에 카카오톡 유입이 메일 문의의 네 배를 넘었다.
오픈 그 다음 — 사이트는 매듭의 한 마디일 뿐
사이트는 오픈했지만, 매듭잇의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작가님께서는 매월 새로운 매듭 영상과 작업 기록을 올리시기로 하셨고, 우리는 그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쌓이도록 블로그 영역을 가볍게 만들어 두었다. 매듭처럼, 사이트도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었다.
CYAN은 작은 공방과 개인 작가의 브랜드 사이트를 짓는 일에 오래 매달려 왔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작업은 대량 생산된 무엇과 다르고, 그 다름은 화면 위에서도 다르게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매듭잇 공방의 사이트를 함께 만들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 믿음을 매듭으로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