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螺鈿)은 조개껍데기 안쪽 얇은 층을 한 조각 한 조각 깎고 갈아 검은 옻칠 위에 박아 넣는 공예다. 한 점의 자개는 보는 각도에 따라 푸르게 보였다가, 연분홍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차가운 은빛으로 돌아선다. 결빛(結光) 나전 공방의 사이트 제작 의뢰가 들어왔을 때, 우리가 고민한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 빛을 어떻게 화면이라는 평평한 사각형 안에 옮길 것인가.
브랜드를 만난 자리, 작업실의 어둠
공방은 양평의 한 마을, 창문이 작은 한옥 한 채에 있었다. 처음 들어선 작업실은 의외로 어두웠다. 자개 작업은 빛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둠 속에서 자개가 스스로 빛을 낸다는 그 말이 사이트 전체의 톤을 결정했다.
장인은 30년 가까이 나전 작업을 해 온 분이었지만, 자신의 작품을 온라인에 올려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은 갤러리와 백화점 입점만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갤러리 발걸음이 끊기면서, 작업실을 모르는 젊은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통로가 필요해졌다.
요구사항이라기보다, 두려움에 가까운 말들
장인이 처음 한 말은 요구사항보다 두려움에 가까웠다. "자개가 사진으로는 다 죽어요. 그게 제일 무서워요." 우리는 그 말을 사이트 제작의 출발점으로 삼기로 했다.
무엇을 화면에 담아야 했나
나전 작품은 사진 한 장으로 매력을 전달하기가 가장 어려운 공예 중 하나다. 자개는 살아 있는 광물이라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정지된 한 컷은 그중 한 순간만을 박제한다. 사이트는 그 한 컷의 한계를 넘어서야 했다.
- 각도가 보이는 영상 — 작품 하나당 360도 회전 영상을 기본으로 두고, 사용자가 직접 드래그해 빛의 변화를 볼 수 있게 했다.
- 어둠을 기본으로 둔 화면 — 흰 배경에 자개를 놓으면 색이 죽는다. 사이트의 기본 배경을 짙은 먹빛으로 잡았다.
- 크게 보여주는 디테일 — 자개 한 조각의 두께가 0.3mm를 넘지 않는다. 그 얇은 결을 보여주려면 줌 인터페이스가 필수였다.
- 만드는 사람의 시간 — 결과물보다 과정이 더 설득력이 있는 공예다. 제작 단계별 영상을 작품 페이지에 함께 묶었다.
어둠 위의 빛, 컬러와 타이포의 선택
배경색은 #0F0E0C로 잡았다. 검정에 가깝지만 완전한 검정은 아니다. 옻칠의 검은빛이 사실은 깊은 갈색을 머금고 있는 것을 화면 위에 옮긴 색이다. 포인트 컬러는 자개가 가장 자주 띠는 푸른빛(#A4C8E1)과 연분홍(#E8C9D0) 두 가지를 작품 카테고리별로 번갈아 썼다.
본문 글꼴은 산돌 명조 계열을 선택했다. 자개 작품 옆에 고딕 글꼴이 놓이면 글자가 작품을 누른다. 명조 특유의 가는 세로획이 자개의 결과 비슷한 호흡을 만들어 주었다. 작품 이름과 가격, 크기 정보처럼 정확히 읽혀야 할 정보만 산세리프로 두어 위계를 만들었다.
움직임은 최소한, 그러나 결정적으로
스크롤 애니메이션은 거의 쓰지 않았다. 자개 작품이 움직이는 것은 작품 자체의 영상이지, 페이지의 장식이 아니다. 다만 이미지가 처음 로드될 때 어둠 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듯 페이드 인하는 효과 하나만 살렸다. 그 1초가 자개를 만나는 첫 순간의 호흡이 되어 주었다.
한 점 한 점의 이야기, 작품 페이지 구조
온라인 갤러리의 가장 흔한 실수는 작품을 그리드로 가두는 일이다. 격자 안에 들어간 자개 작품은 액세서리처럼 보인다. 우리는 작품 한 점을 한 화면에 단독으로 띄우는 풀스크린 캐러셀을 기본 뷰로 잡았다. 작품 옆에는 제작 연도, 크기, 사용한 자개의 종류(전복, 진주조개, 야광패), 옻칠 횟수만 적었다. 가격은 클릭해야 보이도록 한 단계 숨겼다. 자개 작품의 가격을 처음 보면 누구나 놀라는데, 그 놀라움이 작품을 보기 전에 오면 안 된다는 장인의 부탁 때문이었다.
시간을 보여주는 일, 제작 과정 페이지
장인이 가장 보여주고 싶어 한 것은 완성품이 아니라 그 앞의 시간이었다. 조개를 잘라 갈고, 무늬를 새기고, 옻을 칠하고 말리는 그 모든 단계를 하나의 긴 스크롤 페이지로 엮었다. 영상은 짧게 잘랐다. 자개 작업은 사실 굉장히 느려서 1시간짜리 영상도 결과적으로는 단 한 조각을 박는 모습일 때가 있는데, 그 느림을 보여주는 짧은 컷이 오히려 작품의 가격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자료가 되었다.
결국 우리가 만든 것
사이트 오픈 후 한 달, 인스타그램 광고 한 번 없이 작품 두 점이 팔렸다. 컬렉터 한 분은 "사이트에서 360도로 작품을 돌려본 순간 사기로 마음먹었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우리가 만든 것은 작품을 파는 페이지가 아니라, 자개라는 빛을 화면 위에 한 번 더 살려 둔 공간이었다.
전통 공예의 사이트는 늘 같은 딜레마 앞에 선다. 너무 화려하게 만들면 작품이 사라지고, 너무 비워 두면 브랜드의 결이 사라진다. 그 사이의 균형은 결국 작품을 가장 오래 만진 사람의 말에서 시작된다. CYAN 에이전시는 작은 공방, 1인 브랜드, 전통 공예 작가의 사이트를 만들 때 디자인 미팅보다 작업실 방문을 먼저 잡는다. 화면에 옮길 무엇은 늘 그 자리에서 가장 정확하게 보인다.